[역사/문화] "밀로의 비너스가 유명해진 이유", 19세기 루브르 박물관의 천재적인(?) 브랜딩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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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로의 비너스에 대해서 궁금하시다면?

[역사/문화] 헬레니즘의 신비로움을 간직한 밀로의 비너스상

 

안녕하세요.

이번 포스팅에서는 이전에 올렸던 밀로의 비너스에 이어 루브르 박물관과 얽힌 밀로의 비너스의 미스터리에 대해서 살펴보려고 합니다.

 

루브르 박물관 한 켠에 신비로움을 풍기며 홀로 외롭게 서있는 곱슬거리는 단발머리를 한 반라의 여신상이 보입니다. 입은 굳게 닫혀 있고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어느 한 곳을 멀찍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반쯤 허리에 걸쳐진 주름 많은 천은 금방이라도 흘러내릴 것만 같이 아슬 아슬해 보이고, 잘려나간 양팔은 이 여신상이 도대체 어떤 동작을 취하고 있었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합니다. 지금 보시는 조각상은 그 유명한 고대 그리스 헬레니즘 시대의 최고 걸작 중 하나인 "밀로의 비너스" 입니다.

 

 

밀로는 이 조각상이 발견된 섬의 이름이고 비너스는 고대 로마인들이 고대 그리스의 사랑의 여신인 아프로디테를 지칭하는 이름입니다. 밀로의 비너스는 모나리자와 승리의 여신상과 함께 루브르 박물관을 빛내는 최고 예술품 중 하나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1820년 4월 8일, 이 조각상은 그리스의 밀로스섬에서 Yorgos Kentrota (요르고스 켄트로타) 라고 불리는 한 농부에 의해 최초로 발견되었습니다. 

밀로의 비너스를 켄트로타는 프랑스 정부에 현재가치로 한화 약 1300만원에 해당하는 1000프랑에 팔아 넘겼습니다. 

 

 

이 당시 발견된 밀로의 비너스 조각상은 상체와 하체가 분리된 채 양팔은 없는 상태로 발견되었다고 전해집니다. 물론 비너스 상에 왜 양팔이 없는지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설들이 난무 하고 그 중에는 미적인 신비로움을 주기 위해서 일부러 제거했다는 설이 있지만 아직까지도 이점은 미스테리로 남아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세기 동안 고고학자들과 미술사학자들은 이 조각상의 원래 모습을 복원하려고 했으며 이에 따라 여러가지 흥미로운 두 팔 달린 비너스 조각의 모습들이 제시되곤 했습니다.

 

 

이 뿐만 아니라 밀로의 비너스 조각상의 왼쪽 발과 기단부도 손실된 상태인데요,  여기에는 19세기 초 루브르 박물관과 당시 프랑스의 시대 상황에 대한 지저분한 사건들이 얽혀있습니다.

 

 

밀로의 비너스 상이 발견되기 전 나폴레옹 집권기의 프랑스에는 여러 나라에서 약탈한 문화재와 미술품들이 루브르 박물관의 내부를 휘황찬란하게 장식하고 있었습니다. 

 

 

이들 중 에는 이탈리아 반도에서 약탈한 라오콘 군상,메디치의 비너스가 포함 되어있었습니다. 

 

 

그러나 1814년에서15년 쯤 나폴레옹의 프랑스가 쇠퇴하면서 이들 문화재들도 본국으로 다시 회수되었고, 물론 라오콘군상과 메디치의 비너스도 다시 이탈리아로 돌아왔습니다.

 

 

따라서 화려했던 루브르 박물관 내의 전시관들은 순식간에 횡해졌으며 루브르 박물관측은 박물관을 환하게 비춰줄 최고의 예술 작품들을 찾기에 급급했습니다. 

 

 

그리고 약 5년뒤인 1820년에 그리스의 외딴섬인 밀로 섬 에서 황폐한 루브르 박물관의 아이콘이 되어줄 밀로의 비너스 상이 발견됩니다. 프랑스는 이때 밀로의 비너스 상이 국제적으로 실추된 프랑스의 국격을 높여줄 수 있는 기회로 삼았습니다. 그런데 이쯤에서 왜 밀로의 비너스 상이 프랑스의 국격 상승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 의아 하실 수 있는데요, 먼저 19 세기초 프랑스의 시대적 상황을 살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당시 프랑스는 비록 약탈 문화재 이지만 당대 유럽에서 고대 그리스 고전주의 조각의 최고 작품으로 정평이 난 메디치의 비너스가 나폴레옹의 몰락과 함께 이탈리아로 다시 환수된 것에 대해서 분한 감정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연유로 프랑스는 밀로의 비너스를 통해서 프랑스가 유럽에서 가장 진귀하고 값진 최고의 보물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다시 말하면, 프랑스는 밀로의 비너스가 메디치의 비너스보다 최고다 라는 것을 증명해 보이고 싶었던 것 입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한 가지 의혹이 제기 되었는데, 당시 19세기 초 루브르 박물관은 밀로의 비너스상과 관련된 진실을 숨겼다는 점 입니다.

 

 

그 진실이 바로 무엇이냐면, 밀로의 비너스상은 사실 고전주의 양식이 아닌 후기 고전주의 양식인 헬레니즘 양식으로 조각된 작품이었습니다.

 

 

고대 그리스 미술은 시대적으로 총 네 가지 양식으로 구분됩니다. 가장 오래된 순서부터, 단순한 문양과 기하학적 무늬의 반복적인 패턴이 주요 특징인 지오메트릭, 그리고 엄격하고 딱딱한 인체의 묘사가 특징인 아르카익, 인체의 비례와 자연스러움 그리고 다양한 인물의 동작들을 실험한 고전주의 그리고 인체 특성에 대한 섬세함과 관능미가 추가된 헬리니즘 양식이 있습니다.

 

 

현대에 와서는 밀로의 비너스의 조각 양식이 헬레니즘 양식인것으로 기정사실화 되었지만 19세기 초 루브르 박물관은 이러한 사실을 알고도 고전주의 양식인 것으로 주장하였습니다.

 

 

이러한 루브르 박물관의 억측이 섞여 있는 주장에는 19세기 미술사적 주류의 영향이 컸는데요. 당시 19세기 초 유럽은 헬레니즘 양식의 조각보다는 고대 그리스의 위대한 조각가인 프락시텔리스의 작품들로 대표되어지는 고전주의 양식을 더 으뜸으로 쳐주는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밀로의 비너스와 함께 발견된 사과를 쥐고 있는 손, 그러나 밀로의 비너스 조각상의 것인지 확실하지 않음 (루브르 박물관 소장)

 

사실 이 비너스 조각이 발견되었을 당시에는 크게 머리를 포함하는 상체와 하체 부분과 왼팔 위쪽 부위와 사과를 쥐고 있는 왼손 그리고 부서진 조각상 받침대도 함께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1821년 루브르 박물관의 조각품 큐레이터인 콩드클라악이 님긴 밀로의 비너스 복원 드로잉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조각품의 연대를 알려주는 가장 중요한 단서는 부서진 왼쪽 조각상 받침대인데요. 이 부서진 받침대 조각에는 밀로의 비너스를 조각한 안티옥의 알렌산드로스의 이름이 새겨져 있습니다. 이러한 사실은 1821년에 출간된 밀로의 비너스상 복원에 관한 책으로 부터 확인이 가능합니다.

이 책에 묘사된 밀로의 비너스상에는 받침대가 복원된 상태로 나타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은 오랫동안 잊혀지거나 은폐되다가 후대에 와서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전까지는 이 사실을 은폐한 루브르 박물관의 고위직 관료들을 제외한 많은 사람들은 밀로의 비너스상을 기원전 5-4세기경에 조각된 고전주의 양식으로 믿어왔습니다. 

안타깝게도 1821년에 출간된 책에 묘사된  받침대 조각은 사라졌으며 현재까지도 어디에 있는지 확인 되고 있지 않습니다. 이로 인해서 많은 사람들은 프랑스의 대외적인 정치적 의도와 루브르 박물관의 탐욕 때문에, 프랑스가 일부러 받침대 조각을 없앤게 아니냐라는 강한 의심을 품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동시에 그 사라진 두팔도 프랑스와 루브르 박물관의 조작에 의해서 없애버렸는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쨋든 19세기 루브르 박물관은 밀로의 비너스를 세계적인 걸작의 아이콘으로서 브랜딩화 시키는데 성공했으며 이는 지금까지도 전세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영감을 주는 작품으로 기억 되고 있습니다. 그 수 많은 아프로디테의 조각상 중에서도 유독 이 밀로의 비너스상이 가장 신비로움을 줄 수 있는 것은 이 사라진 두 팔과 19세기 프랑스의 정치적 계산이 만들어낸 환상의 콜라보레이션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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