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뮤엣인류이야기

[역사/문화] 아프가니스탄에 고대 그리스 도시가? 그리스계 박트리아 왕국의 수도 아이카눔 (AI-Khanoum) 본문

역사&문화 이야기/고대 그리스 로마 이야기

[역사/문화] 아프가니스탄에 고대 그리스 도시가? 그리스계 박트리아 왕국의 수도 아이카눔 (AI-Khanoum)

La Muette 2021. 9. 8. 05:26
반응형

 

얼마 전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철군과 탈레반 정권이 다시 들어선 아프가니스탄은 지구상에서 가장 떠들썩한 지역 중 하나 입니다.

탈레반 정권은 이전의 과격한 폭정과는 다르게 좀 더 관대한 태도로 국정을 운영 하겠다고 전세계적으로 선언 하였으나 여전히 지금까지도 탈레반의 인권유린과 같은 범죄가 종종 보고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탈레반의 반인륜적인 행위 뿐만 아니라 아프가니스탄에 묻혀있는 수많은 귀한 유물들과 문화재들의 훼손 및 파괴에 대해서 전세계인들의 걱정의 시선이 다시 재부각 되고 있습니다.

이미 수 십년전에 아프가니스탄에 정권을 잡은 탈레반은 세계문화 유산이며 가장 귀중한 불교문화재중 하나인 바미얀 석굴을 다이너마이트로 폭파시켰던 전력이 있습니다.

2001년 3월 탈레반 정권은 바미얀 석굴을 파괴하였습니다. 바미얀 석굴은 6세기 간다라 미술을 대표하는 불교 석굴입니다.

오직 그들이 믿는 신만이 유일하다며 타종교에 대한 배척과 가난한 사람은 방치한 채 문화재 복원에 돈을 퍼붓는 서방세계에대한 불신을 명분으로 세계인의 보물을 파손 시켰습니다.

문화재는 한 국가의 집단적인 정체성을 반영하며 이는 앞으로 한 국가가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는데에 있어서 나침반 같은 역할을 하는데, 오히려 앞으로도 탈레반 정권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아프가니스탄의 한줄기의 밝은 희망조차 뭉개버리려는 불안정적인 행보를 보여줄것만 같습니다.

그래서 이번 포스팅에서는 마땅히 보호 받아야할 한 아프가니스탄의 유적지에 대해서 다루어보려고 합니다.

이 유적지는 아프가니스탄 북동쪽에 위치하며 아프가니스탄에서도 가장 신비로운 고대 도시로 알려져 있습니다.

인공위성 사진으로 보는 아이카눔(Ai Khanoum) 유적지. 최근에 찍힌 유적지의 사진은 찾을수가 없었습니다. 오랜 내전으로 인해서 그런지 유적지의 출입이 불가능했나봅니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여러분들에게 질문 하나 하겠습니다.

혹시 여러분들은 아프가니스탄에 고대 그리스인들이 만든 도시가 있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아래 사진들은 아프가니스탄 동북부 지역 타지키스탄과 우즈베키스탄 접경지역에 위치한 아이카눔(Ai-Khanoum)이라는 유적지에서 출토된 유물들입니다. 

순수하게 아주 클래식한 고대 그리스 미술 양식은 아니지만 페르시아의 영향으로 인한 지역적인 특색이 이 유물들로부터 보여집니다. 조각 예술같은 경우 매끄러운 대리석을 많이 사용한 그리스 본토 지역과는 다르게, 당대 이 지역의 조각품들은 회반죽을 나무틀에 넣어 형태를 만든다음 구워서 만들어졌습니다. 이러한 조각 예술은 이후 중앙아시아와 간다라 미술양식에서도 자주 출현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이 유물들은 카불 박물관에 전시되어있다.  

 

이 유물들의 모습이나 분위기를 보면 딱 봐도 유럽에서 특히 이탈리아나 그리스에서나 출토될법한 유물들입니다.

하지만 다시 강조하자면 이 유물들은 아프가니스탄의 아이카눔 유적지 에서 발견되었다는 점입니다!

아이카눔 유적지는 원래 고대 시대에는 Alexandria-Oxus라고 불리었고 이후에는 Eucratidia 라고도 불렸습니다.

이렇게 고대 그리스 도시가 그리스 본토에서 수 천 킬로미터 떨어진 중앙아시아에 있다는 사실은 이쪽 분야에 지식이 없는 일반인들에게는 놀라울 따름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역사에 관심이 없어도 한번쯤은 어디서 들어봤을법한 고대 마케도니아 제국의 알렉산더 대왕을 떠올린다면 그의 동방원정이 중앙아시아 지역까지 행해졌다는 추측은 쉽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약 기원전 327년경 알렉산더 대왕은 동방정벌을 단행하며 페르시아 제국을 굴복시키고 정복한 영토의 최동부에 도시를 세웠는데 이 도시가 바로 아이카눔에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가장 흥미로운 사실은 알렉산더 대왕이 이 지역에 도착할 무렵 이미 수 많은 그리스인들이 이 지역에 거주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심지어 그리스 본토 지역과 근접한 여느 타 그리스 도시 국가들보다도 더 많은 그리스인들이 이 외딴 중앙아시아에서 터전을 잡고 삶을 영위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여기에는 고대 그리스인들의 고난의 역사가 숨겨져 있는데, 아케메네스 페르시아 제국의 황제인 다리우스가 강제로 이오니아와 북아프리카 지역의 그리스인들을 험준한 산맥이 즐비한 박트리아 지역으로 추방 시켰기 때문입니다.

이쯤에서 마치 일제에 의해서 사할린으로 강제 징용당한 한인들 또는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 당한 한인들이 생각나는 대목이군요.

 

기원전 170년경 최대 전성기때의 박트리아 왕국. 인류의 역사를 따지고 보면 아주 긴세월은 아니지었지만 지금의 아프가니스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이란, 파키스탄 지역에 걸친 광대한 영토를 가졌었던 강력한 고대 국가였습니다. 심지어 기원전 130년경에 박트리아를 방문한 한나라 탐험가인 장첸의 기록에 따르면, 박트리아 시장에는 진귀한 물품들이 넘쳐났으며 그중에는 중국지역에서 온 물품들도 많았다고 전해집니다. 

 

아이카눔은 알렉산더 대왕의 죽음으로 분열된 제국의 일부분인 셀레우코스 제국의 영토였지만 이후 박트리아 왕국이 셀레우코스 제국으로부터 독립하며 박트리아 왕국의 수도가 되었습니다.

이런식으로 기원전 2-3세기경 고대 그리스인들은 중앙아시아에서 그들의 존재를 세계 역사 속에서 내비췄습니다.

그리고 이쯤부터 헬레니즘 문화가 동양세계에도 전파 되면서 불교로 개종한 다수의 그리스인들과 함께 간다라 미술 그리고 인간의 형상을 한 불상이 최초로 구현되기도 하였습니다. 

 

영국 대영박물관에 전시되어있는 간다라 양식의 프리즈. 인간의 형상으로 부처가 묘사되어있으며 부처의 오른편에는 그의 수호자로 알려져 있는 바즈라파니가 있다. 흥미로운점은 이 바즈라파니가 고대 그리스 로마의 영웅인 헤라클레스의 형태로 묘사되어있다는 점이다.

 

[역사/문화] 불교와 그리스 로마 문화의 융합? 간다리 미술 양식의 탄생!

"라뮤엣인류이야기 후원하기!" 여러분들의 소정의 후원은 계속해서 인류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컨텐츠를 제작하는데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 라뮤엣의 인류 이야기를 영상으로 시청하

lamuette.tistory.com

 

그러나 흥망성쇠를 겪은 여느 수많은 역사속의 국가들이 인류 역사의 무대에서 자취를 감추듯, 박트리아 왕국 역시 기원전 약 140년 에서 120년경 사이 스키타이와 월지족과 같은 북방민족의 침략을 받으면서 쇠퇴하게 되었고 아이카눔 역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됩니다.

아이카눔은 1960년대 고고학자들에 의해서 다시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지만 이후 소련-아프간 전쟁이 터지면서 아이카눔에서의 발굴 프로젝트는  중단 되고 오히려 치열한 전장 지역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소련-아프간 전쟁기간 동안 이 지역의 많은 문화재들과 유적지가 파괴되거나 소실되었습니다.

지금의 아프가니스탄의 모습을 보면 과거 이렇게 찬란했던 문명이 있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지만 지금은 폐허가된 유적지와 출토된 유물들이 과거의 영광스러운 모습을 희미하게나마 우리 현대인들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나저나 탈레반이 그들의 극단적인 이데올로기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전과 같은 범죄를 또 한 번 저지르지 않기를 바랄뿐입니다.

 

출처

https://realhistory.co/2018/07/12/greek-city-in-afghanistan/

https://www.worldhistory.org/article/165/ai-khanum-the-capital-of-eucratides/

https://en.wikipedia.org/wiki/Ai-Khanoum

 

라뮤엣의 인류 이야기를 영상으로 시청하고 싶으시다면?↓

 

라뮤엣인류이야기

안녕하세요. 랴뮤엣의 인류 이야기 입니다. 고고학, 역사학, 인류학, 미술사학으로 밝혀진 흥미진진한 우리 인류에 대한 스토리들을 여러분들과 함께 공유하려 합니다. 여러 고대 문명을 포함하

www.youtube.com

 

 

반응형
Comments